성추행경찰조사 앞둔 청소년, '단순 장난'이라는 착각이 만드는 소년재판의 현실과 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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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차 청소년 변호사
법무법인 동주의 이세환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수사기관으로부터 자녀가 성범죄에 연루되어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연락을 받으셨다면, 그 참담함과 당혹감은 이루 말할 수 없으실 것입니다. 특히 청소년 성범죄 사건은 주변 지인들에게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기도 어려워, 홀로 인터넷 검색에 의지하며 밤을 지새우는 부모님들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신체 접촉을 두고, 가해 학생 측은 친밀감의 표현이나 짓궂은 장난 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피해 학생이 성적 수치심이나 불쾌감을 느꼈다면 사법기관은 이를 엄연한 성추행으로 분류하며 매우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습니다.
오늘은 자녀의 성추행경찰조사를 앞두고 부모님들이 흔히 하시는 오해와, 실무에서 적용되는 법리적 기준을 팩트체크 형식으로 짚어드리고자 합니다.
. 오해와 진실: 동성 친구끼리의 스킨십이나 장난은 성범죄가 아니다?
상담실을 찾으시는 많은 분들이 "동성 친구들끼리 장난치다 살짝 만진 것뿐인데 이게 어떻게 성추행이 되느냐"며 억울함을 토로하십니다. 아이들 세계에서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안일한 인식이 깔려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사법기관의 판단 기준은 아이들의 시각과 다릅니다.
최근 판례와 수사기관의 실무를 살펴보면, 동성 간이라 할지라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신체 접촉이 있었다면 강제추행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합니다.
성별이나 평소의 친소 관계보다는 행위 당시 피해자가 느낀 감정과 그 행위의 객관적 성격이 훨씬 더 중요한 판단 척도가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저 장난이었다는 주장만 고집하는 것은 방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i. 실무적 판단 기준: 강제추행의 법리적 요건과 소년사건의 특수성
청소년 성추행 사안은 형법상의 강제추행죄 또는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강제추행에서 말하는 '폭행이나 협박'은 반드시 누군가를 때리거나 거창한 위협을 가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대법원 판례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었다면, 그 힘의 크기를 불문하고 강제추행의 요건인 폭행으로 폭넓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뒤에서 껴안거나 특정 부위를 기습적으로 건드리는 이른바 기습추행 역시 강제추행이 성립하기에 충분합니다.
더욱이 청소년 사건의 경우, 형사 절차와 별개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조사가 병행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사안의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될 경우 소년보호사건으로 끝나지 않고 일반 형사재판으로 회부되어 평생 지워지지 않는 성범죄 전과가 남을 수 있으므로 철저한 법리적 검토가 요구됩니다.
ii. 오해와 진실: 첫 경찰 조사, 일단 가서 묻는 말에 사실대로만 답하면 선처받을 수 있다?
조사 일정이 잡히면 "아이가 아직 어리고 초범이니, 수사관이 묻는 말에 순순히 대답하고 반성하는 태도만 보이면 가볍게 넘어가 줄 것"이라고 기대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러나 수사기관의 조사는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고도로 설계된 신문 과정입니다.
아이들은 낯설고 강압적인 분위기에 위축되어 본인이 하지 않은 행위까지 얼떨결에 인정해 버리거나, 반대로 두려운 마음에 앞뒤가 맞지 않는 거짓말을 늘어놓을 수 있습니다.
첫 경찰조사에서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는 재판이 끝날 때까지 가장 결정적인 증거로 활용되며, 이때 잘못 진술한 내용을 나중에 번복하는 것은 진술의 신빙성을 크게 떨어뜨려 매우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집니다.
v. 실제 조력 사례: 철저한 초기 대응으로 억울한 오해를 풀고 일상으로 복귀한 케이스
고등학교 1학년 C군은 교내 탈의실에서 친구들과 옷을 갈아입으며 장난을 치던 중, 동급생의 신체를 과도하게 밀치고 찌르는 등의 접촉을 하였습니다. 피해 학생은 이를 성추행으로 신고하였고, C군은 강제추행 혐의로 피의자 조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경찰 조사 전 단계부터 사안에 개입하여 사실관계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C군의 행위가 다소 거칠고 부적절한 신체 접촉이었음은 맞으나 성적인 목적이나 추행의 고의가 없었음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이에 당시 현장에 있던 다른 학생들의 목격 진술을 확보하여 전후 상황의 맥락을 재구성했습니다. 동시에 피해자 측이 느낀 불쾌감과 상처에 대해서는 대리인을 통해 조심스럽게 다가가 진정성 있는 사과를 전하며 감정의 골을 풀었습니다.
무엇보다 조사 당일 변호사가 동석하여 C군이 위축되지 않고 본인의 의도와 당시 상황을 일관되게 진술할 수 있도록 조력했습니다. 그 결과, 수사기관은 C군의 행위를 성범죄로 의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하였고, 소년보호사건으로 송치된 후에도 부모의 감호 아래 반성할 수 있는 가장 가벼운 처분으로 무사히 일상에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청소년 성범죄 사건은 아이의 진로와 인생 전체에 돌이킬 수 없는 궤적을 남길 수 있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앞서 강조해 드린 바와 같이, 아무런 준비 없이 출석한 첫 경찰 조사에서 무심코 뱉은 말이나 두려움에 진술을 번복하는 행위는 훗날 아이의 발목을 잡는 올가미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자녀를 위하는 다급한 마음에 부모님께서 피해 학생이나 그 가족에게 무작정 연락하여 만남을 요구하거나 사과를 시도하는 것은 수사기관에 의해 2차 가해 및 합의 종용으로 비추어질 위험성이 다분합니다. 이는 사건을 해결하기는커녕 아이의 입지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형사 사건, 특히 성범죄의 경우 경찰 조사 전부터 관련 경험이 풍부한 조력자와 의논하여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부디 성급한 판단을 유보하시고, 아이가 진술할 내용을 객관적으로 점검받아 안전한 법률적 테두리 안에서 올바른 대응책을 마련하시길 간곡히 권해드립니다


